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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는 꼰대인가?

by 민초66 2024.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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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부서 6급 주임들과 점심식사를 같이하였다. 차일피일 미루다 모두가 참여 가능한 날을 겨우 잡아 자리를 마련하였다. 입사 2년차, 1반차, 1된 직원으로 남여직원 3명씩 구성되어 있다. 하나같이 자기 일에 성실하며 전문성을 갖추고 책임감 있게 임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더욱 예뻐 보인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나감에 고마움을 표시한 후, 우리 부서는 선배들도 모두 성실하고 잘하는 거 같다고 말하자 왠지 동의하지 않는 어색한 웃음으로 답하는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소위 허리가 없는 공단 조직에서 젊은 직원들이 느끼는 세대간 이질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선배직원들도 젊은 직원들의 반듯하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당돌한 삶의 방식을 불편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더더욱 옛날 생각에 묻혀 과거 애기를 많이 하게 되어 정작 본인도 모르게 꼰대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직원들이 되어간다.

어찌보면 직장뿐 아니라 집에서도 자녀들에게 내가 깨닫지 못한 가운데 꼰대로 인식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내온 어린 시절은 어른들이 옛날 애기 해주시면 귀담아 듣고 그런 힘든 시절을 지내셨구나하고 공감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 왔던 것이 나의 어릴적 기억이다.

그러나 이 시대 자녀들은 우리들의 왕년에 있었던 신화같은 이야기 듣기를 거부한다. ‘그건 아빠 때고 지금은 시대가 달라요?’라고 당돌히 대꾸한다. 그래서 아빠들은 가정에서 간혹 외로움을 탄다. 나름 굴곡의 역사를 살아오며 격은 전설같은 지난 애기를 들어줄 대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무실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거절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되 말을 잘 석지 않는다. 우리는 상사라는 이유로 선배라는 이유로 딸같고 조카같은 어린 직원들에게 소실적 이야기를 눈치 없이 늘어놓으며 우리들의 역사를 기억해 주고 우리 세대를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오히려 식사자리를 선배들과 같이하지 않으려하며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때론 자신의 영역과 사고의 틀을 벗어나는 요구에는 단호히 거절하는 태도도 보인다. 이들은 우리 자녀들의 행동양식과 비슷하건만 자녀들의 태도는 감내하며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직장에서 후배들의 태도에는 불쾌감을 표현하고 궁시렁대기 일쑤다. 이를 느끼는 젊은세대도 더욱 거리감을 두고 불평을 하는 악순환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지금은 저녁회식이 거의 없어졌으나, 한잔 들어가면 소위 나를 비롯한 꼰대들은 모두 폭탄들이다. 술기운에 아무렇지 않게 그간 살아온 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하게 되면 웬만하면 모두 성희롱 피의자가 된다, 이 시대 젊은이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교육받아온 세대들이다. 그러나 선배들은 성인지감수성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다. 이제 단어는 좀 익숙해져가지만 체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예방 및 갈등방지 차원에서 상호 암묵적인 동의로 저녁회식이 사라진 직장문화가 되어 버렸다. 세상은 늘 바뀌는 것이 정상이다. 문제는 사람이 잘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오늘 나는 일신 우일신하고 있는가?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한 변화는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겨 그저 꼰대됨을 받아들이고 살고 있지는 않는가?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변화와 혁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들은 의심쩍어 한다.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다. 가식적인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오늘 나는 새로운 변화를 위한 나에게 진정성 있게 대하고 있는가? 그 진심은 내 자평이 아닌 나의 주변에서 먼저 느낄수 있을 것이다.

좋은 생각이 좋은 행동을 좋은 행동이 좋은 습관을 좋은 습관이 좋은 운명을 낳는다는 자기개발 지침서와 같이 진실한 마음으로부터 변화를 통해 우선은 나의 자녀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그래서 그리 많이 남지 않는 시간들이지만 젊은 직원들이 잘 이해되고 나도 이해받는 그런 직장생활이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두가 퇴근 한 조용한 사무실에서나는 꼰대인가?’를 자신에게 반문하며 성찰하는 이 순간은 연한 원두커피에 녹아든 향기로운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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