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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가을

by 민초66 2024.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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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회선

 

가을이 슬렁슬렁 넘어갑니다.

그렇게도 분노한 언덕이었건만

편리한 시대인지라 민심보다는 제도가 앞섭니다.

늘상 이율배반적 양식이 양심을 매도질합니다.

 

다 넘어가는 저 가을에 여운이 늘어집니다.

역사를 책임지겠다는 일말의 외침이 뉘엇뉘엇 좇아갑니다.

밤송이마다 맺힌 벌레는 다음 가을에 다시 새끼칩니까?

민중은 애달파도 두꺼비는 눈멀었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가을은 저 서리를 깔아놓고 숨어버립니다.

병든 가을이 병든 마음을 달래며 우롱합니다.

이 밤엔 달도 뜨지 않습니다.

가을 지키는 저 솔잎은 먹구름 없는 하늘을 바라며

꿋꿋이 푸르릅니다.

 

분노. 비통........ 상처.  허망. 좌절........ 무력.

얼룩진 가을에,  안위한 가을에,  차가운 이 가을에

눈물 흘리겠어요,  병든 나의 낙엽 때문에

피도 흘리겠어요,  우리의 나약한 양심을 위하여

차라리 사랑하렵니다.

영구히 푸르른 솔잎의 바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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