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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선
가을이 슬렁슬렁 넘어갑니다.
그렇게도 분노한 언덕이었건만
편리한 시대인지라 민심보다는 제도가 앞섭니다.
늘상 이율배반적 양식이 양심을 매도질합니다.
다 넘어가는 저 가을에 여운이 늘어집니다.
역사를 책임지겠다는 일말의 외침이 뉘엇뉘엇 좇아갑니다.
밤송이마다 맺힌 벌레는 다음 가을에 다시 새끼칩니까?
민중은 애달파도 두꺼비는 눈멀었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가을은 저 서리를 깔아놓고 숨어버립니다.
병든 가을이 병든 마음을 달래며 우롱합니다.
이 밤엔 달도 뜨지 않습니다.
가을 지키는 저 솔잎은 먹구름 없는 하늘을 바라며
꿋꿋이 푸르릅니다.
분노. 비통........ 상처. 허망. 좌절........ 무력.
얼룩진 가을에, 안위한 가을에, 차가운 이 가을에
눈물 흘리겠어요, 병든 나의 낙엽 때문에
피도 흘리겠어요, 우리의 나약한 양심을 위하여
차라리 사랑하렵니다.
영구히 푸르른 솔잎의 바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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